Shadow & Beam
EP 2024.07.10

빛과 그림자는 언제나 동시에 존재한다. 세린(Serine)의 첫 EP 《Shadow & Beam》은 이 둘의 대비를 명확히 나누기보다, 감정의 흐름 속에서 서로를 감싸고 밀어내며 교차하는 방식으로 다룬다. 이 앨범은 격정적인 파열이나 과잉된 감정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오히려 눌러 담긴 듯한 조용한 긴장, 그리고 끝내 터뜨리지 않는 감정의 유예를 통해 더 멀리, 더 깊게 스며든다.
여섯 개의 트랙은 하나의 이야기를 설명하거나 정리하려 들지 않는다. 대신 세린은 그 안에서 '느껴지는 것'의 결을 따라간다. 인트로 "Whisper"에서 감정의 시작점이 미세하게 열리고, "Still Blue"를 지나며 정적인 슬픔이 천천히 침잠한다. 타이틀곡 "Shadow"는 감정의 가장 어두운 면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장면으로, 세린이 가진 보컬의 진폭이 가장 넓게 펼쳐지는 곡이다. 이어지는 "Love Isn’t Soft Anymore"에서는 관계가 남긴 잔상을 담담히 회상하고, "Start a war in my room"에 이르러선 내면에서 벌어지는 감정의 충돌이 강렬하게 분출된다. 마지막 트랙 "Trace"는 모든 감정을 말로 설명하지 않은 채, 그저 남겨진 잔상처럼 가만히 머문다.
《Shadow & Beam》은 단순한 감정 나열이 아닌, 감정의 구조를 조형적으로 설계한 앨범이다. 트랙별 감정 밀도의 변화, 톤의 명암, 보컬의 질감까지 세심하게 조율되었고, 세린은 보컬뿐 아니라 아트워크, 스타일링, 영상 연출 등 전반에 직접 참여하며 아티스트로서의 전면적인 정체성을 드러냈다. 이 앨범은 그저 노래를 모아 낸 작품이 아니다. 감정의 흐름을 음악으로, 이미지로, 그리고 공간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다.
세린의 음악은 종종 조용하다. 하지만 그 조용함은 비어 있지 않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무드, 정리되지 않은 감정이 만들어내는 밀도, 끝내 설명하지 않는 진심. 《Shadow & Beam》은 그런 순간들을 조심스럽게 꺼내 놓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당신의 감정 가장 가까운 곳에 도달한다.
TRACK 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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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Whisper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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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Still Bule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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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Shadow TITLE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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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Love Isn't Soft Anymore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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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Start a war in my room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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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Trace0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