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삭이듯 진심을 전하다' – 데뷔 앨범 'Pillowtalk'으로 등장한 신예 걸그룹 FLUFF
2024.02.25
2024년 2월 24일, K-pop 씬에 조용하지만 뚜렷한 울림을 남긴 네 명의 소녀가 있다. 바로 FLUFF. 이들은 첫 미니앨범 'Pillowtalk'을 통해, 요란한 사운드나 자극적인 연출 없이도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냈다. 데뷔와 동시에 '감정을 노래하는 아이돌'이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된 이들은, 단 한 장의 앨범으로 자신들의 세계관과 정체성을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그려냈다.
FLUFF는 한국인 민하와 헤이즐, 일본인 하루나, 중국인 루이로 구성된 4인조 걸그룹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과 개성을 지닌 이들은, 각각의 색을 고스란히 유지하면서도 하나의 결로 어우러진다. 그룹명 'FLUFF'는 처음엔 '가볍고 사소한 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인식되기도 했지만, 이들은 바로 그 사소하고 연약한 감정의 순간들—말하지 못한 생각, 놓치기 쉬운 시선, 그리고 조용한 공기의 흐름을 음악으로 증폭시키는 팀이 되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Pillowtalk'은 제목 그대로, 하루의 끝에 들리는 가장 사적인 대화, 혹은 침묵을 모티브로 삼은 앨범이다. 타이틀곡 'Between Us'는 늦은 밤 창가에 앉아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감정들을 그대로 받아 적은 듯한 곡으로, 섬세한 멜로디와 따뜻한 보컬이 특징이다. 청량하고 걸리쉬한 'Soft Opening', 미묘한 감정선을 따라 흐르는 'Half Asleep' 등 수록곡들은 각기 다른 분위기 속에서도 하나의 서사를 따라간다. '조용한데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는 평이 뒤따랐고, 일부 평론가는 '요즘 K-pop 씬에서 보기 드문 감정 중심형 데뷔 앨범'이라며 주목했다.
특히 FLUFF는 무대 연출에서도 자신들만의 색을 잃지 않았다. 격렬한 군무보다는 동선의 흐름, 시선의 움직임, 손끝의 미세한 진동 같은 디테일이 돋보였고, 관객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는 방식으로 무대를 구성했다. 이러한 독창성 덕분에 FLUFF는 빠르게 팬층을 확보했고, 데뷔 3개월 만에 유튜브 구독자 100만 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150만 명을 돌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팬들은 FLUFF의 음악을 '감정을 들려주는 사운드트랙'이라 부른다. 직접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그 감정이 머무는 공간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들의 음악은 다정하면서도 여운이 길다. 데뷔 이후 각종 글로벌 플랫폼에서 루키 아티스트로 주목받았으며, KKBOX, Spotify, Apple Music 등에서 추천 플레이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며 반응을 이끌어냈다.
소속사 Pilloment는 'FLUFF는 음악으로 누군가의 밤을, 하루를, 감정을 안아주는 그룹이 되길 바란다'며 '다음 활동에서도 그 방향을 지켜나갈 것'이라 밝혔다. 아직 정규 앨범이나 후속작에 대한 소식은 없지만, 팬들은 이미 그들이 또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건드릴지 기대하고 있다.
지금 K-pop 씬은 새로운 '속도'와 '강도'의 경쟁 속에 있다. 그 가운데 FLUFF는 한 걸음 느리게, 한 톤 낮게, 그러나 가장 진심 어린 방식으로 다가왔다. 'Pillowtalk'은 단지 데뷔 앨범이 아닌, 감정과 공감, 그리고 다정한 음악의 귀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앞으로 이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